팔콤

영웅전설 여의궤적 리뷰 1. 메인스토리

아빠는외계인 2021. 12. 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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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기 전에

 

우선 여궤 얘기를 하기 전에는 발매 전의 분위기도 얘기를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여궤가 나오기 전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섬궤가 무려 4작품에 걸쳐서 완결을 지어졌는데

 

높은 판매량을 달성하긴 했지만 코어 팬들의 비판을 많이 받았고

 

그 비판이 특히나 "스토리 RPG"를 표방하고 있는 시리즈의 스토리 파트에게 향해있었다는 부분이 치명적이었을 것입니다

 

(몇차례 인터뷰를 통해, 이스는 플레이를 중심으로 해서 게임의 나머지 부분을 만들고, 궤적은 스토리를 중심으로 해서 게임을 만든다는 언급이 있었습니다)

 

비판의 중심에는 너무 많은 머릿수로 인해 공기화된 캐릭터들, 불살에 대한 집착, 뻔하게 반복되는 플롯, 작가 편의적인 억지전개 등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이후에 발매된 시작의 궤적이 잘 뽑히긴 했지만 애초에 후일담격인 작품이라 게임의 구조 자체가 기존 궤적과 다른 면이 있었기 때문에

(메인스토리가 짧고 3루트인데다가, 서브스토리를 모두 몽환회랑에 넣어버리는 등)

 

결국 이번에 나온 여궤에서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섬궤에서 보여줬던 단점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많이 극복했다고 보여집니다

 

 

 

게임의 첫인상

 

 

개인적으로 정말 잘만든 갓겜은 첫 화면, 첫 장면부터 느낌이 팍 와야된다고 생각하는데

 

애초에 궤적은 이 부분에서 장점을 보인적이 없었고, 그건 신기하게 다른 JRPG 대부분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가끔 모션캡쳐 들어간 씬들을 보면 이제 연출력은 꽤 올라간 것 같은데

(멀리 갈 필요 없이 아니에스가 해결사 사무실에 처음 방문하는 장면)

 

게임의 첫 장면도 이걸 활용해서 기대감을 한껏 차오르게 만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뭐 단점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바람 같은 의견입니다

 

 

 

억지 전개는 나아졌는가

 

 

섬궤의 문제 장면들은 많이 있고 그만큼 다양한 원인이 지목되지만

 

상당 부분은 그저 기본적인 개연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개가 부자연스럽다보니까 시나리오 작가의 의도가 대체 뭐였는지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여러가지 원인이 지목되지만

 

사실 작가의 의도가 어땠든 개연성만 잘 갖추어지면 그런 생각이 머리에 떠오를 생각 없이 쭉 스토리의 흐름을 따라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여궤에서의 억지 전개 문제는 어땠느냐 하면, 반반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궤적에서 자주 쓰는 흥미유발 도구 중에 하나가, 매력적인 인물을 아군이나 조력자 측에 등장시켜놓고 그들과 한판 붙어보는 상황을 연출하는 건데

 

이게 잘 이루어지면 당연히 뽕차고 재밌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으로 하궤 3rd 카시우스전, 키리카전 같은 것

 

 

하지만 전개를 너무 억지스럽게 만들어놓으면 섬궤2, 섬궤4의 학교쟁탈전 같은 눈뜨고 보기 힘든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대체 얘들은 어차피 협력할거면서 왜 싸우는건지 이해도 안가고, 싸우기 전후에 날리는 대사도 모두 뻔하고..

 

 

 

여궤에서는 안좋은 케이스와 좋은 케이스가 모두 나옵니다.

 

스토리 중반부의 한 보스전에서는 조력자가 뜬금없는 이유로 주인공 파티와 붙게 되는데,

 

그 이유라는게 해당 전투의 중요성에도 어울리지도 않고, 오히려 캐릭터의 포스를 깎아먹기만 할 뿐이며

 

이유가 해결된 뒤에도 모두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받아들이는게 매우 부자연스러웠습니다

 

 

반면 스토리 후반부 중 한 챕터는 아예 챕터 대부분 동안 여러 조력자들과 싸우고 다니는 판을 만들어놓는데

 

이건 빌드업을 참 잘 해놨기 때문에 즐겁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억지 전개가 가끔씩 나오긴 하지만, 오히려 전개를 잘 짜놓은 장면도 꽤 나오는데다가

 

스토리 중 중요한 순간에서는 잘된 장면이 더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잘했다고 평가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내심이 낮은 유저들에게는 중반부를 못버티고 탈주하게 만들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겜 첫인상을 엄청 잘만들어놓으면 탈주 못하고 끝까지 달릴수 있게 만들어주는거라서 첫인상 항목이 개인적으로 더 아쉬워집니다

 

 

 

전작에 대한 오마주

 

 

이건 확실한 단점으로 봐야될 것 같습니다

 

스토리 진행 중 이전 작품에서의 전개를 빌려다 쓰는 상황이 여러차례 나오는데

 

이게 반갑다는 마음보다는 뻔하다는 느낌이 더 많이 듭니다

 

스토리 짜기 귀찮아서 그냥 그대로 갖다 쓴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인데 설마 그건 아니겠지 싶습니다

 

전작을 안했던 유저들에게는 당연히 이 부분이 좋게 보일리는 없고

 

전작을 했던 유저들에게 뽕차는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실패했다고 봅니다

 

가끔 괜히 기대감 올리려고 "이전보다 더 심한 상황일 수도 있어!" 이런 억지대사도 붙여넣는데

 

이게 더 없어보이고 전작에 대한 존중을 오히려 깎아먹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 캐릭터의 표현

 

 

여궤 스토리의 최대 장점, 알파와 오메가

 

 

캐릭터 부분은 따로 빼서 리뷰를 할까 싶었는데 주인공 반의 캐릭터성이 여궤 스토리에 핵심적이기 때문에 뺄 수가 없었습니다

 

여태껏 이렇게 주인공 캐릭터에 잘 집중된 궤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린이 4작품이나 주인공을 하면서 인기도 많이 얻고 무력이 두드러지기도 했지만

 

결국 시작의 궤적에서 완전한 정신적 성장을 이루기 전까지는 주로 답답한 모습이 많이 나왔으며

("나는 행복해져야만 해" 듣고 울뻔했죠..)

 

캐릭터가 특징적인 매력이 튄다기보다는 그냥 스토리를 이끌어나가기에 문제 없을만한 백지같은 캐릭터성을 지녔기에

 

린을 잘 만든, 혹은 잘 써먹은 캐릭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반은 캐릭터의 매력이 드러나는 장면이 스토리 내내 반복적으로 나오고

 

그게 스토리의 핵심적인 요소에도 관계되어있고, 클라이막스 장면에도 두드러지기 때문에 각인이 확실히 됩니다

 

 

자신의 아픔을 숨기고 항상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것. 이건 궤적에서 여러차례 봤던 뻔한 캐릭터성일 것 같은데

 

요상하게도 반이 저런 모습을 보여주면 너무 잘 어울리고 마음이 갑니다

 

겉으로는 이기적으로 보이는 점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어쨌든 게임하는 내내 반이라는 캐릭터에 재밌게 집중해서 즐겼습니다

 

 

반에게 집중하느라 그랬는지, 일상적인 회화에서 동료의 캐릭터성을 살릴만한 상황인데도 동료들은 그냥 무난한 대사만 자주 나오는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시작의 궤적 C파트에서의 일상대화는 매순간이 꿀잼인거에 비해)

 

결국 제일 중요한 주인공 하나만큼은 너무 잘 만들어놨습니다. 이것도 섬궤에서 피드백을 염두에 둔건지.. 여튼 정말 재밌었습니다!

 

 

 

섬궤의 유치함을 여궤의 유머로

 

 

섬궤의 단점을 아주아주 잘 고친 포인트인 것 같습니다

 

 

코이! 바리마르~ 등 섬궤에서는 오그라드는 장면들이 참 많이나왔지만

 

여궤에서는 그런게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반의 변신장면은 오히려 적절한 유머를 섞어서 매번 질리지 않고 뽕차게 잘 만들었습니다

 

 

섬궤1, 섬궤3에서 각각 알리사가 린을, 유나가 쿠르트를 덮치게 되는 장면도 십덕내성이 부족한 사람들을 탈주시킬 정도였지만

 

여궤에서의 비슷한 장면은, 너무나 유쾌하게 잘 풀어냈습니다

 

 

 

비주얼적 연출

 

 

중소기업의 한계는 어쩔 수 없지만, 그 한계 내에서는 매우 잘했다고 봅니다

 

 

사실 궤적이 3D로 넘어오면서 팔콤의 문제는 그래픽보다는 연출 쪽이 더 커졌습니다

 

궤적뿐만이 아닌 많은 JRPG 연출의 특징은 간단한 기본모션들을 조합해서 장면을 만든다는 건데

 

이게 2D시절에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으니 어울리고 귀엽게 보이지만

 

3D로 넘어가면 부자연스럽고 몰입을 크게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아예 유명한 서양겜들처럼 자본을 들이부어서 모두 모션캡쳐를 하는게 이상적이겠지만

 

궤적은 그게 불가능하니 어쩔수 없고, 다만 그것 때문에 유저계층이 한정되는 부분도 클 것 같습니다

 

종장에서 주인공팟이 마구를 깨고 들어오는 장면은 시궤 프롤로그에서 특무지원과들이 빌딩 깨고 들어오는 장면이랑 대비돼서 좀 슬펐습니다

 

 

어쨌든 그런 태생적인 한계는 어쩔수 없다 치고, 그럼 모션캡쳐를 한 장면들이 언제 들어갔고, 얼마나 잘 연출됐냐를 보면 되는데

 

오프닝을 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듯이 확실히 발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aGJmXfsLFA 

 

 

특히나 궤적은 전통적으로 스토리의 무게추가 특히나 후반부와 엔딩 근처에 몰려있는데

 

이 부분 연출을 너무 뽕차오르게 잘만들어놨습니다

 

특히 변신 씬들 중에서 가장 마지막 변신 씬을 보면..

 

와... 궤적에서 이런 비주얼적 쾌감을 느껴본적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연출이 있는데

 

바로 입술을 잠시 오므렸다가 눈을 질끈 감는 표정이 있습니다

 

여기만 좀 모션캡쳐 활용해서 표정 표현을 더 자세하게 했으면 좋았을것 같은데 이건 좀 아쉬웠습니다

 

말로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보다 저런 표정 하나로 감정 표현하는게 예술적으로 멋있는 것 같던데말이죠

 

 

 

 

오디오적 연출

 

 

그저 팔콤이 팔콤 했다!

 

 

팔콤 브금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특장점을 크게정리해보면 두가지로 나뉜다고 봅니다

 

 

1. 아무렇게나 돌아다니다 들려오는 서정적인 마을/필드 브금 때문에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음악만 듣는 경험

 

2. 스토리상 중요 전투/던전 때 뽕이 차오르는 비장한(+그러면서도 희망적인) 브금

 

 

여궤에서 전자는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후자는 다른 시리즈에 뒤지지 않게 잘 만들어놓은 것 같습니다

 

아르마타 간부들과 연전을 할 때 나오는 브금도 너무 좋고

 

후반부 엔딩에 가까운 시점에서의 중요한 보스전들 때의 브금은 와..

 

내가 바로 이런 순간을 위해서 궤적 게임을 한다고 느껴집니다

 

최근에 나온 팔콤게임들 중 시작의 궤적이나 이스9보다는 확실히 낫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좋은 브금들이 대부분 5장 이후인 스토리 후반부에 몰려있는건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불살에 대해 (불살 여부나 범위에 대한 스포만 있습니다)

 

 

혹시나 스포에 민감할 사람을 위해 이 파트를 맨 뒤로 빼놓았습니다

 

 

하얀글씨로 적어놓았으니 긁어서 읽어보면 됩니다

 

 

섬궤의 비판을 제대로 수용했는지 불살은 갖다버렸으나, 억지스럽게 하진 않았습니다

 

 

죽음을 다루는 방식도 적절했는데, 특히 주요 인물의 죽음 이후 그와 관련된 메인퀘스트를 너무 잘 만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특성과 결합 (의뢰로부터 시작) + 감정의 정리 + 죽은 인물의 주변 인연이 잘 드러남 + 죽음에 대한 당위성 + 죽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줌 + 게임에 필요한 설명 역할

 

이 모든 걸 다잡는 레전드 퀘스트인 것 같습니다

 

 

메인스토리 총평

 

 

섬궤의 단점을 대부분 고쳐왔으며, 주인공의 매력적인 캐릭터성에 한껏 집중한 것이 최대 장점인 작품

 

 

모든 FC격 작품들 중에 최고라는 의견도 보이는데 어느정도 동의가 됩니다

(보통 FC격 작품은 세계관 설명 위주이고 중요한 스토리는 SC격 작품에 전개되면서 마무리)

 

FC격 작품들은 보통 거기서 스토리가 완전히 마무리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SC격 작품에 비해 클라이막스, 결말 부분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여의궤적은 그런 부분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스토리 최후반부 파트의 몰입도가 SC격 작품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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